교토를 다녀오다!

• 회사에서 보내줘서 2019년 여름 이후 3년만에 on-site 대면 학회를 다녀왔다.
• 끼야오

Note

• 아래 의견은 회사의 의견과 무관하며 개인적인 생각임. 회사의 의견이 궁금하면 인턴을 지원해주세요. 열려있습니다.

발표들

• FAST-LIO2 저자에게 질문도 했다. SLAM session은 큰 방을 얻어서 사람이 아주 많았음.

  

• 첫날 manifold optimization tutorial 도 유익했다. 역시 사람이 많았음.

  

이번 학회의 성과

• 사실 논문들이야 요즘 아카이브에 거의 다 미리 올라오기 때문에 유명한 것들은 대체로 본 상태였다.
• 그럼에도 현장에 방문함으로써만 느낄 수 있었던 이런저런 생각들을 메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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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요하다고 믿었던 것을 확인

• 박사과정을 하는 이의 가장 큰 의무이자 권한이자 책임은 무엇인가?
• 대학원 입학 초기 스스로에게 자주 물었던 질문이다.
  • 코딩 잘하고 논문 잘 쓰고 발표 잘 하고 (교수님 설득 잘하고) 하는 일들은 (어렵지만) 사실 당연한 것이므로 여기서는 이야기하지 않도록 하고…
• 그것보다 좀 더 basement 에 있는 게 뭘까 생각해보니,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가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아직도 유효하다.
  • ps. 목표설정에는 세 가지 계층의 종류가 있다 (ref: 더 팀, 리더스북 출판사). 1. 행동중심 < 2. 성과중심 < 3. 의미중심. 행동중심은 행동 그 자체: 이번에 논문을 제출하자. 성과중심은 행동의 실질적인 성과: 이번논문의 citation 1년내 20을 목표로 하자. 의미중심은 좀 더 큰 개념: 업무를 하고 실적을 올리면서 결국 무엇을 실현하고 싶은가? 성과는 목표설정에 크게 좌우된다.
• 그 statement가 valuable 하다고 스스로 가설로써만 생각해왔지만 이번 학회에서 나름 눈앞에서 확인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 즉, 학위기간동안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가졌었고, 그것이 실제로 중요한 문제라고 공감을 얻고 있구나, 라는 것을 실제로 확인해서 기뻤다.
    • ps. 하지만 그 중요문제는 학위기간 한정이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또 어떤 문제를 품어야하는가, 하는 고민을 하고 있기는 하다.
• 처음 lidar place recognition 연구를 시작할 때에는 visual 기반 방법들만 많았었다.
  • ps. 이게 분명 중요한데 왜 안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그 때는 했었는데 몇년사이에 연구의 수가 폭발하는 것을 보니 격세지감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 때 우리그룹이 학계에서는 꽤나 초기에 lidar 를 보유하고 실제로 사용하고 있었던 그룹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 때 잘 몰랐고, 선배들이 쓰니까 당연히 다들 많이 쓰는 줄 알았지.
    • ps2. 이런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어디선가 들은 말이 떠오른다. 어떤 대가에게 누가 물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해왔냐고. 그런데 그 대가는 겨우겨우 세상에 움직이는 파도의 물결 속에 있기에도 바빴다고 했던가.. 근데 파도속에 있다보니까 이것저것 자연스럽게 알게되었다고. 실제로 겪은 경험과 이런 이야기들로부터 건강한 자기합리화? 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은 제한적이므로 내가 해보지 못한 영역들 (e.g., 딥러닝, 제어)이 분명히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을 다 잘하려고 하기보단 그것들이 움직이는 파도 속에서 겨우 버티고 있기만이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만해도 대단한 것이 아닌가!). 어제는 MPC survey를 읽었고, 오늘은 PREDATOR를 읽고 spconv를 돌려보았다. 박사학위 이후에는 오히려 다 알아야한다는 마음의 짐을 덜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김연아의 말처럼 내가 참 고생이 많다.. 내가 다 잘하려고 공부하기 보다는 그 시간에 어떻게 하면 저 사람과 더 대화를 자주/효율적으로/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는 요즘이다. 사람 사이의 TCP UDP 능력을 키우고 싶다랄까.. 그건 아직 많이 부족하다. 암튼 사설이 길었고..
• 계속 lidar place recognition 연구를 하다보니 많이들 쓰는 KITTI dataset 에서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상황이 존재하지 않아서 연구를 지속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MulRan 데이터셋을 직접 만들수밖에 없었다. 그 논문을 발표하러 프랑스 파리에 갔어야 했는데… 그러고 판데믹이 되고, 그후 2년정도가 지나서 처음으로 방문한 on-site 에서 많은 연구자들이 lidar place recognition 문제를 풀 때에는 이제 KITTI가 아닌 MulRan 을 더욱 많이 쓰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되게 기뻤다. 요즘 논문들의 표지에는 KAIST와 대전컨벤션센터가 나온다! citation 숫자 자체는 허수인 경우가 많다 (e.g., [11-20] 이런식으로 세트로 퉁치고 인용되고 넘어가거나 자가인용인 경우가 많은…). 단순히 citiation 수에 그치지 않고, 내(그룹과 함께)가 만든 데이터셋을 실제로 전세계의 연구자들이 쓰는 것을 대면 학회에서 확인한 것이 처음이어서 이것이 첫번째 성과!
  • 암튼 발표들을 쭉 보다보면 soul 이 없는 논문들이 이제는 보인다. 남들이 그냥 다 푸니까 + 그리고 요즘 이 메소드가 핫하니까 이 두개를 섞어봐야지. 성능이 1% 올랐네. 컨트리뷰션이 생겼다. 물론 남들이 다 푸는 문제가 스스로에게도 가장 재밌고 중요한 문제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 경지가 되면 기존 방법들을 다 체험해보고 장단점들이 체화되어서 기존 방법들이 안되는 문제지점들이 당연히 보이기 마련일텐데, 그런 soul 이 없어보이는 논문들이 보인달까. 기존 방법들을 다 체험해보고 단점을 뼈저리게 체화해서 매우 불편하고 짜증이 나버린 사람이 지적하는 그 문제지점들은 늘 뭔가 새롭고 신선한 부분이 있다.
    • 후배들이 가끔씩 연구를 하다가 자기 방법이 어떤 환경에서 안 되어서 걱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컨트리뷰션이 안나와서 걱정이라고 한다. 그럴때마다 나는 매우 마음이 기뻐지고.. 그게 바로 컨트리뷰션이 되었을 때 가장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이야기해준다. 실제로 연구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단계는 potentially impactful한 spot 을 발견하는 단계였다. 무작정 삽을 뜨기 전에 먼저 해야할 일은 금광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래에 금이 있는 것이 확실하고, 그 위에 매우 단단한 지층이 있어서 당장 파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것은 분명 매우 기쁜 상황이 맞긴하다 (물론 내가 가진 삽의 시간 내 강화가능성 대비 지층의 두께에 관해서는 전략적으로 분석해야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아무리 결과가 좋고 아무리 표가 많고 아무리 컨트리뷰션이 많다고 우겨도 impactfulness 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고 생각한다 (and vice versa). 우리는 매우 팬시하고 멋지고 엘레강스한 최신 삽을 이용해서 낡은 구리전선을 캐냈습니다, 같은.
• 사실 이부분이 기쁜 것은 단순히 내껄 많이 써줘서 감사, 이런건 아니다. 데이터셋을 만들 때, 나는 어떤 세부문제가 중요하다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풀 아이디어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내가 굳이 안 풀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이 문제에 뛰어들어서 같이 풀어주길 원했고, 이제는 내 방법들보다 더 좋은 방법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다른 연구자들도 공감해주고, 내가 풀지못한 부분을 이어서 한 발짝 더 나아가주는 모습을 보는것이 실제로 기뻤던 부분이다.
  • 아무튼 좋은 연구자의 자질이란 무엇인가? 에 이런거도 좀 필요하지 않나 싶다. 난 이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근데 아직 별로 푸는 사람이 없어. 너에게 설명해줄게. 너도 들어보니까 중요한 것 같지? 너도 같이 풀자. 너 뭐 필요해? 내가 베이스라인 코드랑 데이터셋 줄게. 워크샵도 같이 열자. 등등. 시간이 매우 제한적인 요즘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뀐다) 이기 때문에, 혼자서 모든 걸 다 할 수가 없다. 그러려면 설득하고 전파 해야 한다. 설득과 전파를 반복해야 한다. 나 대신 풀어줘!
    • ps. 근데 꼭 학술적으로 novel한 연구주제발굴에만 그치는 이야기는 아니고, 회사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듯하다.
• 번외로, 요약하자면 세상을 좀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 세 종류의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함. 1. 가자! 라고 말하는 사람, 2. 끄덕끄덕, 공감하는 사람, 3. 실제로 가는 법을 개발하는 사람 들의 시의적절한 협업 (모든 유형의 사람이 필요하다)이 요구되는 듯하다. 박사과정이 석사과정보다 어려운 이유는 이 세 가지 role 을 다 한번씩 해봐야되기 때문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요즘같이 대학원가지마라(…)라는 시대에도 박사학위가 가치있는 지점이 그것인것 같기도 하고. 다만 학위 이후에는, 내가 어떤 유형의 role 을 특히 더욱 잘 하는가, 거기에 더욱 몰입해야 하겠다, 그리고 다른 유형의 role 들과 대화하는 능력치를 조금 더 찍는데 시간투자의 비율을 늘려야 겠다, 라는 생각이 듦.
  • ps. 사실 해외학회 참석과 전혀 무관한 생각들이지만 꼭 이렇게 장소를 바꿔줘야만 생각이 한번씩 정리가 (글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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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e Second Phase 기획

• 지난 1년동안 고민한 것을 학회가서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학회장이 매우 산좋고 물좋아서 생각정리하기 좋았다.

  

• 이제 SLAM (Localization/Mapping)에 대해 알겠다 (모르지는 않는 듯하다), 그러면 이제 (향후 3-5년간) 뭘 1. 해야할까 2. 배워야할까?
  1. 회사에서 SLAM 전문가로써 관련 업무를 한다.
  2. => 조직 목표에 기여한다 (e.g., 자율차를 잘 만든다) (?)
• 지난 1년간의 고민 결과 SLAM만 잘한다고 해서는 결코 (자율)차가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 아래는 SLAM계에서 유명한 Wolfram Burgard 교수님의 workshop talk 중 잘 정리된 사진이 있어서 가져와 보았다.

  

  • 이렇듯 자율차를 안전하게 굴러가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모듈들이 있다.
  • 그리고 traditional 한 robotics 이론/기술/library 가 잘하는 module 이 있고, 최근의 딥러닝 이론/기술/library 가 잘하는 module 이 있다.
• 아무튼 이걸보고 느낀 것은 저기에서 Mapping 과 Localization block 빼고는 실제로 경험해본 적이 없구나. 이러고도 자율차 연구원…?
• 그래서 박사학위자로서가 아니라 업계인으로서 the second phase 를 설계한다면 다른 모듈들도 (내손으로 맨든 …) 경험을 좀 해봐야겠구나 논문도 좀 더 많이 읽고 이런 결론에 도달..
  • (Personal) research progress의 단계 중 1. 가자!, 2. 끄덕끄덕, 까지 완료된 상태. 이제 그 방향으로 실제로 가야할 일이 남았다.
    • 물론 회사에서 내 스페셜티는 Loc/Map 이기때문에 이부분에 주어진 일부터 잘하는 것은 기본이긴 하고.
• 그래서 예전 학회들에서는 거의 눈길을 안주던 planning, control 이런 session들도 들어가서 (뭔말인지 잘 몰라도) 들어보고 하는 경험을 수행한 것이 2번째 성과!
• 잡썰
  • 다른 모듈들도 제대로 공부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단순히 통합적으로 다 알아야만 진정한 업계인이 되기 때문… 과 같은 속세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 사실 한 분야만 계속 한다는 건 개인적으로도 지루하고 마인드가 나태해질 수 있기 때문…
    • 그 이유는 그 분야를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한 듯 하다 (아래 경험치 그래프 참고..).
  •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스스로 본인에게 지속적인 동기를 전략적으로 주입할 수 있는가? 라는 궁금증이 생겼고 ..
  • 그러다가 우연하게 최근에 아주 재미있는 영상을 하나 봤는데: <[NDC] Don’t Get Bored - 오래해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메이플스토리’의 시도들>. 앞선 질문을 하다가 이걸 보니.. 게임 (레벨/밸런스/전투 등) 디자이너 들이 정말 이 부분에 대해서 인문학적으로 도가 튼 사람들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1. MMORPG (키우기류) 특성상 동일한 뿌듯함을 얻기위한 노력의 크기는 exponential로 증가한다. 어떻게 user 들을 그럼에도 계속 재미있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2. 피드백이 빠른 성장구간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하자!
    3. 한 캐릭터 육성에서 계정 육성으로 관점을 이동시키자!
  • 자세한 설명은 여기서는 생략한다.
  • 암튼 그래서 이게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가는 과정과도 상당히 닮아있다고 생각이 들었고. 자율주행의 다른 module 들을 공부하는 과정은 캐릭터육성에서 계정육성으로 관점을 이동하는 것. 그 과정에서 피드백이 빠른 성장구간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되므로 앞으로의 인생의 지루함 또한 덜어지게 될 것으로 예상 됨 (물론 지금까지도 지루할틈이 있었던 적이 없긴 했음..). 앞으로도 지루할 틈이 없을 예정이려면 어떤 방향으로의 공부를 이어나가야 할까, 생각했을 때, 자율주행을 위한 여러 모듈들이 있다는 점에 착안. 그러고보면 로보틱스는 정말 인생 심심할 일 없는 학문이긴 하다 (…).
• 경험상 1년정도 바짝 서베이 읽고 실습해보면 해당분야 석사졸업 수준 정도는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결과, 사실 다른 less-specialty modules 까지 내가 하자는 건 아니고, 이 분야의 회사 내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지금보다 더 잘하게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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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교토는 좋았다.

• 앞으로 더 소통도 잘하고 코딩도 잘하자.
• 동향을 계속 파악하는데 나태해지지 말자. 1년 안에는 많은 것이 안 바뀌는 것 같아 보여도, 5년 안에는 매우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