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etition 이 아니라

• Qualification을 위하여

먼저… 학부와 대학원이 다른 이유

• ‘공부와 연구가 다른 이유’ 라고도 할 수 있겠다.
• 근본적인 태생 차이?
  • 공부는 Input 이고
  • 연구는 Output 이기 때문이다.
• 그런데 그것보다 …
  • 학부 (및 10대) 때의 공부는 competition 에 가깝고 (등수 매기기)
  • 대학원에서의 공부 및 생산은 qualification 에 가깝기 때문이다 (자격 갖추기).
    • 그래서 박사과정 초-중반에 치르는 관문의 이름도 ‘Qualification Exam’이지 않을까.
• 전자는 정량적이지만 후자는 대체로 정성적이다.
• 그래서 (갓 석/박사과정에 들어와서) competition 의 마인드를 유지한 채로, (qualification 의 마인드가 필요한) 논문을 쓰는 일에 달려들면 쉽게 지치기 쉬운 듯하다.
• 물론 논문쓰는 작업에서도 대조군을 ‘이겨야 하는 건’ 맞지만,
  • 사실은 그것은 novelty 를 평가받기 위한 형식적인 부분인 것이고 (i.e., 없으면 reject 이지만, 마냥 있다고 점수를 항상 더 받는 것을 담보할 수 없는),
  • 그것이 ‘등수 매기기 경쟁’을 의미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ps. 물론 벤치마크 보드 같은게 있긴 하지만 … 반박시 여러분 말이 맞습니다).
• 실제로는 그 대조군 방법을 개발한 연구자들은 경쟁자가 아니라 조력자에 가깝다.
  •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엄청나게 세밀화된 이 연구분야에서 전세계에 몇 없는, 나를 공감해줄 수 있는, 친구같은 느낌에 더 가깝다.
• 암튼 그래서 Competition 이 아니라 Qualification을 위하여, 도움이 되었던 생각들 5가지.
  • 왜 필요했는가?
  • 결국 ‘초보자’ 시절 조급함을 이겨내고, 지속가능하게 수련하기 위해서이다.
  • 이 때는 목표가 당장의 성과를 내는 것보다는, 스스로 qualifying process 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지루한 훈련의) 체크리스트를 채우는 일에서 만족감을 얻는 편이 차라리 더 건강할 것이다.
    • 이 때 ‘고품질의 유효한 체크리스트인지 아닌지 판별해주는 멘토’ 의 존재 여부가 중요하다. 잘못된 방향으로 열심히 하는 것은 더 위험할 수 있다. 시간이 결국 비용이기 때문이다.
  • 이 5가지 생각들은: 좀 raw하게 포장하자면 ‘지속가능성을 위한 정신승리’, 혹은 pragmatic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한 관점에서 포장하자면 ‘진실되게 효과적인 길을 위한 효율주의’.

The list

1. 한계를 인정한다.
   • 다 알 수 없음, 다 잘 할 수 없음을 어느 순간 인정해야 한다. 커리어는 장거리 경주이고 스스로 지쳐떨어나가지 않는 것이 0차적으로 제일 중요하다.
   • 경험상… 우리의 (빠르게 증명하고 싶다는) 욕심과 달리 현실은 quadratic 이 아니라 linear 성장에 가깝고, 결국 substantial 한 수준까지 성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곱해지는 time 이 담보되어야 해서, 따라서 지속가능성을 획득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linear 성장만 해도 졸업 시즌 정도 되면 스스로 만족스러운 밴드위스로 아웃풋을 생산하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quadratic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harmful한 이유는, 그것은 나를 쉽게 지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해보면 linear 성장도 쉬운 게 아닌 듯하다+강력하다.
2. 본질에 집중한다.
   • 결국 모든 것을 다 공부할 수 없다면 그것을 다 공부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결국 하나의 공식이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그러한 공식이 있을까? 혹은 그러한 태도가 있을까? 그러한 사고방식이 있을까? 고민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공학에서는 거의 모든 것이 최적화이고, Gauss-newton optimization 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심지어 딥러닝조차도). 어려운 말로 포장하면 nonlinear least-square optimization, 그리고 툴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계산그래프와 back-propagation 뭐 그런 얘기들. 좀 더 들어가면 결국 (또 그얘기야? 지루할 수 있는) linear algebra 가 그 코어였다, 와 같은 이야기들 (심지어 Kalman Filter 조차도 사실은 least-square optimization 이었다).
   • 물론 모든 것을 다 머릿속에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고 그럴 수도 없다. 대신에 공학이라는 자연이 이렇게 돌아간다더라, 그럼 이 논문도 당연히 그 틀 안에서 구성이 되었겠군, 과 같은 짐작능력을 키울 수 있겠다. 왜 짐작능력을 키워야 하냐면, 다시 말하지만 제 0원칙인 ‘지속가능하게’ ‘오래’ ‘리니어 성장’ 하기 위해서. (체력적으로) 힘겹게 모든 것들을 다 읽고 다 새로운 지식처럼 배워야 한다면 쉽게 지칠 것이다.
3. 협업의 속도에 집중한다.
   • 협업에 집중해야 하고, 그 협업의 속도에 집중해야 한다. 결국 이것도 1번 마인드와 2번 마인드의 연장선이다. 내가 한계가 있고, 다 할 수 없으니, 협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협업의 속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동료와 I/O 가 빠르게 잘되어야 한다. 높은 응집도 (내가 집중한 나의 본질과 한계(경계)) 그리고 낮은 결합도 (유연한 I/O foramt contract), 뭐 그런 이야기, 인간에게도 비슷한 것 아닌가 싶다. 결국 서로 내부 구현체를 모르는 상태에서도 잘 소통하여 최종적으로 하나의 결과물을 잘 만들어 내기 위해서: 내가 저 사람의 전문성을 잘 모르지만 저사람과 대화가 통하기 위해서 최소한 어디까지 알아야 하는가. 혹은 뭘 알려달라고 해야 하는가. 모르면 모른다고 언제 어느 지점에서 말해야 하는가. 어떻게 상대를 존중해야 하는가. 이런 고민들을 하게 된다.
   • 다시 말하자면 결국 이것이 1번을 인정하는 결과로부터 (강제로?) 키워지는 능력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늘 나쁜 건 아니다 (라고 정신승리한다).
4. 임팩트에 집중한다.
   • 다 알 수 없고, 다 할 수 없다. 따라서 소수의 (하나의!)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파레토의 법칙 이라는 것도 있고. 20퍼센트의 일이 80퍼센트의 성과를 가져오는게 확실하다면? 어떤 일만 남겨야 할까? 어떤 일을 언제 어떻게 어느 시점에 어느 수준으로 해야 할까? 결국 10가지의 그저 그런 스펙들보다 한 가지의 차별화되는 성과가 개인을 홍보해줄 것이다.
   • 근데 얼마나 어때야 차별화 되는 안 그저그런 성과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임팩트란 뭘까? 내 맘대로 급진적으로 정의해보자면, 그 성과로 인해서 세계가 과거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임팩트풀’했다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내가 정말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고, 수식도 논리적이고 화려하며, 결과도 멋있고, 탑 저널에 갔지만, 그 방법이 세계의 방향을 바꾸지 못한다면 (후속 연구자들의 일상에 관여하지 못했다면), 아쉽지만 임팩트가 있었던 20퍼센트의 일은 아니었다라고 여겨진다. (자연과학이나 인문학은 잘 모르겠고) 적어도 공학쪽은 그렇게 느껴진다. 그래서 Qualification 의 영역이 그래서 등수매기기의 영역보다 더 harsh 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5. 테이블보다 데모가 중요하다.
   • 이 말은 앤드류데이비슨 교수님이 트위터에서 하시는 말씀이다.
   • 가끔 작은 숫자들의 거대한 테이블로 한 면이 다 채워진 논문들을 보면… 머리가 아득해진다. 볼드체로 더 많이 적어 넣는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독자가 어떠한 감동도 느끼지 못하는 건 똑같기 때문이다 (특히 실제로 되는 걸 좋아하는 로보틱스 연구자에게는 더욱).
   • 5번마인드가 중요한 이유는 4번 목표 달성을 위함이다. 결국 ‘임팩트’를 내려면, 후속연구자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 그들의 눈길을 끌어야 하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실제로 잘 되는 데모를 한 번 보여주는 것이 SOTA라고 우기는 테이블 몇 개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 요즘의 computer vision 쪽은 gradio 등을 통해서 데모를 웹에서 쉽게 돌려볼 수 있게 세팅하는 것, 까지 논문 의 일로 확장하고 있는 것 같아서 재밌고 기쁘다. 반면 로보틱스는 실제 로봇도 필요하거나, 혹은 로봇데이터의 용량이 너무 크거나, 빌드 과정이 귀찮아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데, 어떻게 올릴 수 있을지 고민이다.

끝!

• 다분히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의 개인적인 생각정신승리을 글로 정리해보았다.